2013년 4월 15일 월요일

커피_낭만 : 낭만은 왜 커피 만드는 사람이 됐을까!


ep coop(수운잡방)에서 낭만을 담당하고 있는, 
'낭만' 입니다! 꿍야~ !!! 

낭만? 맞아요. 
낭만 없이, 사랑 없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낭만 입니다. 후후. 


가령, 이런 거죠.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나면 뭘 하고 싶어요?"
"글쎄, 제일 먼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고 싶어요."
"그럼... 저도 꼭 초대해 주실래요?" 



맞아요. 
제가 아주 조아라~ 하는 영화 <카모메식당>에 나온 대사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내일 우리 끝난대! 놀러와~)
좋은 재료로 마지막 정성을 탈탈 털어넣어 만든 음식과 커피를 만들어 먹고, (블라블라)
곧 다시 만날 것처럼 굿바이 인사를 나누는 낭만 같은 하루! 

저는 말하자면, '커피스토리텔러'랍니다. 
조사를 빼곡하게 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한국에서 유일한?ㅋ  
커피 만드는 사람으로 커피라는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합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를 하나의 '관계'로 보고,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커피를 통해 '별들 사이에 길을 놓'는 사람!! 




(* 저의 또 다른 닉넴은 '밤9시의커피'입니다. 
수운잡방에서 펼치는 아주 작고 사소한 개인적인 하위 브랜드인데요.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을 내립니다. 그 커피 한 잔을 통해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밤9시, 낮에 만든 커피와 달리 내린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것! 그래서 밤9시의 커피에는,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됐을까요. 
여기, 그 작은 단초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저에 대한 소개를 갈음하죠. 낭만! :)



25센트 커피 한 잔, 내 설렘의 시작



내겐, 
심장에 박혀서 잊지 못할, 그날이 있다. 1996년,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의 주말. 내가 ‘One Fine Day’라고 명명한 그날.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었던. 내 설렘과 사랑이 시작됐고, 훗날의 용기와 통증을 동반하기 시작한 날. 누군가를 보고 ‘아찔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경험한, 매우 특별했던 그날의 이야기. 그것은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그런 순간.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누군가의 뒤에서 광채나 후광이 보인다는 말, 믿지 않았다. 헌데, 그런 순간이 닥친 것이다. 우리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었고, 그 전날, 그녀는 카메라를 사고 싶다며, 다운타운에 동행해달라고 했다. 주말에 하릴없이 하숙집에 박혀있기가 무료했든, 가을날의 바깥공기가 필요했든, 쇼핑을 하고 싶었든, 우리는 각자의 하숙집을 나왔다. 

접속장소였던 학원의 야트막한 정원. 
나는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싶었다. 가을햇살을 등지고 걸어오는데, 뭐랄까, 눈이 아득해졌다. 하늘거리는 원피스와 파란빛 재킷, 얼굴을 감싸는 챙 넓은 모자와 푸른 선글라스로 한껏 분위기를 낸 모습이 가을 햇살과 뒤범벅됐던 순간, 아주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심장은 박동속도를 높였고, 쿵쿵쿵 우렁찬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그건 교통사고 같은 ‘사랑사고’. 느닷없이 당하고야 마는. 준비도 예고도 없이 맞닥뜨리는. 그렇게 작동한 심장을 부여잡고, 다운타운을 거닐다가 들어간 곳이 백화점 옥상 테라스에 위치한 커피숍. 가을풍경이 잘 보일 것 같다며 들어간 그곳의 커피 한 잔 가격은 25센트. 가난한 학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착한' 가격이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서로 알고 있었다지만, 그날은 특별했다. 서로의 마음에 들어간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우리, ‘전혜린’을 이야기했고, ‘사포’를 기억했으며, ‘전태일’을 기렸다. 그녀는 남자가 ‘전혜린’을 알고 있는 것에 신기해했고, 악몽 같았던 군대 시절의 상처를 보듬어줬다. 그야말로 주절주절. 나는 어느새 그녀에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풀어놓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였기 때문일까. 
그 25센트짜리 커피에 나는 흠뻑 취했다. 커피향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처음 느꼈다. 그렇게 커피와 함께 한 그녀와의 대화에 젖어들었다. 그것은 진정, 이끌림이었다. 그 커피향, 내 설렘이 가미됐고, 내 첫 번째 첫사랑은 그렇게 커피와 함께 시작됐다. 가을날의 햇살이 그렇게 부추겼기 때문이었을까. 모든 타이밍은 그렇게 맞아 떨어졌다. 가을날, 햇살, 주말, 다운타운, 예쁜 커피숍, 25센트 커피 한 잔,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아마도, 
그 커피 한 잔 때문이리라. 25센트 커피 한 잔의 잊지 못할 가을의 기억. 25센트짜리 커피 한 잔에 담긴 25달러짜리 커피 향을 맡으며 새긴 25만 달러짜리 기억. 조잘대던 그녀의 입술, 가을햇살 담은 그녀의 맑은 눈, 빙긋 미소 지을 때 들어가는 그녀의 보조개, 내 말에 자지러지던 그녀의 함박웃음, 그리고 내 심장박동을 뛰게 하던 당신. 나는 그날, 그 순간을 그렇게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우연들이 겹쳤는지 몰라도, 다른 직업을 거쳐 커피를 하는 사람이 됐다. 

그날, 
우리는 해가 지고 나서까지 인근의 대학 캠퍼스까지 섭렵했다. 원래 목적이었던 카메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그날을 꾹꾹 눌러 담았다. 가을 햇살을 맞았고, 산책을 했으며,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를 나눴다. 우연히 고향이 같았던 탓일까. 우리,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고, 각자의 기억을 이식했다. 커피와 함께 한, 커피 향 같은 그녀와 마주한 그 순간, 나는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감탄한다...
잘 지내나요, 당신?


긁적이다,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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